보통 5월 중순이면 모내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6월 이맘때면 대부분 모내기를 마칩니다. 지금처럼 수리시설이 좋지 않았던 시절, 천수답(天水畓)으로 농사를 지었을 때 물은 생명과 같았습니다. 지금처럼 비가 오지 않을 때면 논을 바라보는 농부의 심정은 논과 같이 타들어가고 갈라졌습니다. 물을 얻기 위해서는 땅을 파야 했습니다. 하지만 땅을 판다고해서무조건 지하수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때론 물이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다른 곳을 파야했습니다.

제가 어릴 때 가뭄이 심했던 해가 있었습니다. 대지는 말라들어 갔고 농민들의 가슴은 타들어갔습니다. 게다가 전에 보지 못한 까만 벌레들이 땅을 뒤덮었습니다. 벌레들은 밭에 남은 채소와 작물들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습니다. 그때 어른들이 하신 말씀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종말이다. 세상이 끝나려나 보다.” 사람들은 가뭄과 대지를 뒤덮은 벌레를 보며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

그해는 흉년이었습니다. 가정마다 힘겹게 한 해를 보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대지를 뒤덮었던 벌레들도 사라졌습니다. 새 봄이 왔고 다시 모내기를 했습니다. 그해에는 충분한 비가 내렸고 풍년을 맞았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았습니다. ‘언제나 흉년은 아니구나. 그렇다고 언제나 풍년도 아니구나. 대지를 뒤덮은 벌레도 영원한 것이 아니구나.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구나’

사랑하는 여러분, 삶의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비바람을 만나기도 하고 거센 파도가 덮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잊지 마세요. 그것들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잠시 뒤면 비바람은 그치고 거센 풍랑은 잠잠해질 것입니다. 우리가 조심해야할 것은 그것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끝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희망의 줄을 놓게 됩니다. 그렇게 삶의 끈을 놓아버리고 침몰하는 인생이 많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폭우와 풍랑은 결코 영원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잠잠해지는 때가옵니다. 가뭄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비는 옵니다.

중요한 것은 가뭄의 시기를 견디는 힘입니다. 그 힘은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일까요? 그것은 소망으로부터 나옵니다. 우리를 향한 주님의 섭리를 알게 되면 참된 소망을 갖게 되고 그 소망은 축복의 열매를 맺게 해줍니다. 비록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절망과 칠흑 속에 있다 해도 그 너머에 여전히 빛나는 별이 있듯 주님은 여전히 거기 계십니다. 그 주님을 바라보면 주님은 우리에게 견딜힘을 주십니다. 그리고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단비를 주십니다. 지난날의 가뭄과 흉년을 넘어 풍년의 때를 맞게 해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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